견적을 받을 즈음이 집짓기 과정에서 가장 고민스럽고 우울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시험성적을 기다리는 학생 같은 기분이다. 견적 하나하나 열어볼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평단가라는 게 큰 의미는 없지만 대강의 평단가(500~600만원)에 따라 당초 정해놓은 예산이 있었다. 그런데 설계 과정에서 면적을 크게 초과하다보니 견적이 얼마나 나올까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유타를 통해 하우스컬처, 맑은주택, 위드하임, 망치소리 이렇게 4개 업체에 견적을 의뢰했다. 그중 하우스컬처와 맑은주택은 개인적으로 따로 만났다. 모두 세종에서 집을 지었고 방문할 기회도 있었다. 들인 돈의 차이에 따라 마감의 차이는 있었지만 두집다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4개 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은 가격에서 형식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하우스컬처와 ..
건축가와 설계를 하면 나만의 개성있고 특별한 집을 짓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 알려진 건축가분(유타 김창균 소장님)과 설계를 했고 설계비로 나름 투자를 했다. 그런데 설계가 끝나고 나니 우리집은 아주 독특하진 않다. 내부 구조도 단순한 편이란다. 그분이 여러가지를 제시했지만 결국 집은 나와 아내의 취향, 나의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반영되었다. 중간에는 건축비 걱정으로 집이 더 단순하게 되었다. 어...그럼 건축가의 몫은 무엇이었을까? 그 돈으로 시공비에 투자하는 게 나았을까? 아니다. 그래도 역시 건축가와 작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1. 건축가는 집 설계의 친절한 안내자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때 여러가지 대안을 주면서 진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게 만들어 준다...
예전에 욕망의 크기와 집의 크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hangfac.tistory.com/13). 필요없는 공간에 대한 욕심만 버리면 큰 집이 뭐가 필요하겠느냐는 취지였다. 그런데 설계를 해보니 막상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처음 집을 지을 때는 40평을 염두에 두었다. 그런데 막상 평수에 공간을 맞추다보니 아이들방이 너무 좁았다. 책상과 침대, 책꽂이, 옷장은 들어가야 되지 않겠나 싶어서 좀 늘렸다. 안방 공간을 줄이기 위해 드레스룸도 없앴지만 침대와 붙박이를 넣으니 아주 작게 만들 수는 없었다. 보이드도 문제였다. 2층에 안방과 아이들방을 모두 배치하고 보이드 공간까지 두니 1층 공간들은 넓고 2층은 빽빽했다. 그래도 안방을 아이들방과 떨어뜨려 1층으로 내릴 수는 없었다. 2층이 더 넓..
기본설계가 2월초에 끝나고 실시설계에 약 4주가 소요되었다. 지진때문에 구조도면과 구조진단에 예전보다 많은 시간이 든다고 했다. 허가는 3.9일 신청해서 3.21일 완료되었다. 최종도면의 공간에는 우리 가족의 소망이 하나하나 담겨있다. 우리가 구체적 공간들을 제안하기도 했고, 우리의 추상적 제안을 유타에서 구체적으로 도면화시켜 주기도 했다. 설계가 구체화될 수록 의견교환은 늘어갔고 세밀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즉흥적인 요청도 있었고 설계 과정에서 마음이 바뀐 경우도 많았다. 결국 가장 절실한 소망들이 도면에 남았다. "우리 가족은 식탁에 모여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요. 10인용 식탁이 있답니다. 식당을 크게 만들어주세요." "별도의 큰 거실은 필요없답니다. 나중에 1층 방으로 쓸 수도 있게 거실 겸 게스트..
2017.9.22일 유타건축과 설계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더 유명해졌지만 3년전에 만났을 때와 크게 변함이 없어 좋았다. 설계미팅은 보통 2주 단위로 진행되었다. 첫미팅에서는 유타 김창균 소장님과 우리가 바라는 집과 공간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첫미팅은 건물 배치.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건물과 중정현 마당, 주차장 등이 반영된 모형들이다. 유타 소장님은 4가지 모형을 들고와서 설명을 해주시고 고민해 보라 하셨다. 아래가 가장 선호된 모양. 1-1. 특히 아내가 맘에 들어했다. 역시 선호된 모양. 프라이버시에는 좋지만 마당이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승효상 선생이 설계한 수졸당에 로망이 있었던 내가 좋아했다. 위 두가지 모양을 기초로 다음 단계가 진행되었다. 내부 공간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12월말까지 ..
허가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큰 지적 사항이 하나 나왔다. 차고 위의 박공지붕을 다락으로 하려면 차고(1층)에서 바로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2층 본동과 테라스로 연결되려면 2층으로 만들어야 한단다. 우리집은 아이들이 2층 테라스를 넘어 자기들의 비밀공간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1층 차고로 들어가 다락으로 올라가는 동선이면 차고 위 다락은 창고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지원이는 스위스에서부터 마당에 작은 집을 가졌던 한반 친구 마엘을 부러워했다. 불어를 못하는 지원이는 한번도 야닉의 작은 집에 초대받지 못했다. 마음이 아팠다. 한국에 가면 지원이 집을 꼭 만들어 줄게...라고 약속했다. 차고 2층은 그런 지원이를 위한 작은 집이다. 지우가 자기방 다락을 양보하면서 만든 공..
우리는 늘 집이 크기를 키우며 산다. 20대에는 20평에 시작해도 30대에는 30평, 40대에는 40평에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는 사람도 많다. 얼마나 이렇게 사는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집은 37평이다. 얼마전까지 33평에 살다가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집이 넓어졌다. 정리되지 않던 아기 장난감과 책, 옷가지 등이 이제야 비로소 정리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더 넓었으면 하는 곳은 많다. 주방도 좁고, 식당공간은 어정쩡하다. 주방 베란다는 세탁물과 분리수거로 늘 꽉차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필요로하는 공간은 40평 이상인가? 결론은 아니다. 우리는 부족한 공간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안방. 제대로된 드레스룸만 있으면 침대만 있으면 된다. 가로/세로 4m 가까이되는 큰 방은 필요없다. 거실. 가..
'건축'이라는 말보다는 '공간'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건축에서는 건물의 물리적 형상이 먼저 떠오르지만, 공간에서는 그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건축이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건축의 핵심은 공간, 그리고 그 사람들간의 관계가 아닐까? 설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구체적인 목록을 정리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설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공간을 통해 관계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인 것 같다. 건축가 역시 '관계'의 구성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고 말이다. 설계방향은 가족간의 관계가 많은 방향으로...너무 뻔한 답이다. 여기서 조건을 단다면...다소 공간이 불편하더라도...이다. 예를 들어 외출하고 돌아와 바로 방에 가서 쉬고 싶어도 계단은 거실이나 식당 같은 공적공간을..
건축가에게 설계를 요청하기 위한 요구사항을 정리해 보았다. 오가다가, 책을 보면서, 다른 집들을 보다가 내가 집에 담고싶은 구체적인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아내와 딸과도 대화하고 물어보면서 필요한 내용들을 적어 보았다. 최종적으로 아내와 정리한 내용들이다. ㅇ 집은 40~45평 ---- 아빠 ㅇ 방4개(부부/아이1/아이2/손님)에 욕실2개 ---- 엄마 ㅇ 모던하면서 단순하고 소박한 집. 너무 튀지 않는 외관 ---- 아빠 ㅇ 편리하면서 관리가 용이한 집 ---- 아빠 ㅇ 외장 : 나이든 사람 집처럼 보이는 붉은 벽돌과 기와는 절대 사절 ---- 엄마 ㅇ 거실은 천정을 높게 하고 채광이 잘 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천정에 창문) ---- 엄마 ㅇ 안방과 아이들방을 같이 (딸들이라 같이 있고 싶음) ---..
책과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례를 보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집들이 있다. 그 집들을 설계한 건축가가 있고 그 건축가의 사이트 등을 보면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하우스스타일(http://www.hausstyle.co.kr/)을 보면 한꺼번에 많은 건축가를 만날 수 있다. 몇몇 건축가를 위시리스트에 올렸다. 방송에는 많이 나오고 특색있는 집을 짓기는 하지만, 너무 튀는 집을 짓는 한 분 제외. 심플하고 깔끔하지만 너무 정갈해서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한 분도 제외. 세 사람의 건축가를 만났다. 따뜻하고 소박하고 주변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동네건축가로 유명한 한분. 모던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특색으로 하는 젊은 디자인 그룹. 그리고, 이제 막 건축사무소를 차린 개인적으로 소개받은 젊은 건축가. 결론적으..
집을 짓기로 하고나서 부닥치는 첫번째 고민....설계를 건축가에게 맡길 것인가? 몇년전까지도 단독주택을 지을 때 별도로 설계를 의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주택시공사를 통해 500만원 정도를 주고 설계와 허가를 시공과 함께 일괄처리했다. 평수와 취향을 말하면 몇가지 형태의 표준도면을 제시받고 그것을 살짝 수정해서 자기가 살 집모양을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땅콩집 열품이 불면서 건축가를 만나 설계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현욱, 김창균, 문훈 처럼 단독주택을 설계하는 동네 건축가들도 많아졌다. 하우스스타일(http://www.hausstyle.co.kr/)처럼 건축주의 요구를 받아 건축가/시공사/인테리어를 모두 처리해주는 업체도 생겨났다. 건축가가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건축에 필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