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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설계하다

소망이 담긴 공간들

둔필승총(鈍筆勝聰) 2018. 3. 25. 22:35
기본설계가 2월초에 끝나고 실시설계에 약 4주가 소요되었다. 지진때문에 구조도면과 구조진단에 예전보다 많은 시간이 든다고 했다. 허가는 3.9일 신청해서 3.21일 완료되었다.

최종도면의 공간에는 우리 가족의 소망이 하나하나 담겨있다. 우리가 구체적 공간들을 제안하기도 했고, 우리의 추상적 제안을 유타에서 구체적으로 도면화시켜 주기도 했다. 설계가 구체화될 수록 의견교환은 늘어갔고 세밀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즉흥적인 요청도 있었고 설계 과정에서 마음이 바뀐 경우도 많았다. 결국 가장 절실한 소망들이 도면에 남았다.

"우리 가족은 식탁에 모여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요. 10인용 식탁이 있답니다. 식당을 크게 만들어주세요."

"별도의 큰 거실은 필요없답니다. 나중에 1층 방으로 쓸 수도 있게 거실 겸 게스트룸이 좋겠어요."

"아이들이 드나드는 인기척을 느끼고 싶어요. 현관에서 바로 계단이 연결되는 것은 싫고, 보이드 공간이 있어 1층과 2층과 소통되길 원합니다."

"실내 주차장이어서 비를 맞지 않고 내려서 집과 바로 연결되었으면 좋겠어요."
(설계와 비용에서 까다로운 요소였지만 덕분에 특색있는 집 모양이 나왔다.)

"스위스에 살았던 집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 외부가 보이는 유리창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계단실을 도서관 처럼 만들어 주세요. 아이들이 오가면 책을 읽을 수 있게요"

"차고 위에 비밀공간을 만들어 아이등 놀이방으로 쓰게 하고 싶어요"

"가스렌지를 보조주방에 두고 냄새나는 요리는 거기서 하고 싶어요."

"세탁실은 가족이 생활하는  2층에 두고 싶어요."

우리집 모든 공간마다 소망이 담겨있고 그 소망을 이뤄내기 위한 고민이 담겨있다. 그래서 집을 짓고 나면 그 집을 사랑하게 되나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원했던 것은 결국 가족과 소통이 잘되면서 심플한 집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의 진짜 소망을 알게 되기까지 뒤죽박죽 여정을 잘 안내해준 유타건축에 감사드린다.

건축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그린 무수한 그림 중 몇개...이것도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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