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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는 말보다는 '공간'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건축에서는 건물의 물리적 형상이 먼저 떠오르지만, 공간에서는 그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건축이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건축의 핵심은 공간, 그리고 그 사람들간의 관계가 아닐까?
설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구체적인 목록을 정리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설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공간을 통해 관계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인 것 같다. 건축가 역시 '관계'의 구성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고 말이다.
설계방향은 가족간의 관계가 많은 방향으로...너무 뻔한 답이다. 여기서 조건을 단다면...다소 공간이 불편하더라도...이다. 예를 들어 외출하고 돌아와 바로 방에 가서 쉬고 싶어도 계단은 거실이나 식당 같은 공적공간을 지나서 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관계 중에서 무엇이 핵심일까?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빠와의 관계보다는 두 딸과 엄마와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싶다.
어린 둘째가 더 많은 시간을 엄마의 관심과 배려 속에서 지낼 수 있는 공간, 사춘기에 접어들 첫째가 자연스럽게 엄마와 한번이라도 더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 내가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바라는 관계이다.
두 딸간의 관계도 중요하다. 서로 나이 차이가 많아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서로 자매의 정을 쌓을 수 있도록 공간이 배치되었으면 한다. 두 딸 방의 다락을 서로 트거나, 아니면 베란다로 연결할 수도 있겠고, 두 방 앞에 작은 벤치를 놓아 자연스런 대화를 유도할 수도 있지 싶다.
그리고 엄마 혼자만의 공간도 필요해 보인다. 가끔은 엄마가 조용히 쉴 수 있어야 가족관계가 더 건강해 질 것이다. 주방 옆에 노트북이라도 두드리며 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다.
그렇다면 아빠를 위한 공간은? 다목적실의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2층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다면 최고의 행복일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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