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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생각하다

'언젠가'가 아니라 바로 '지금'

둔필승총(鈍筆勝聰) 2014. 5. 1. 09:33

언젠가는 집을 지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이 '지금'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급작스런 집짓기 결정은 나와 아내의 성향속에 충분히 잉태되어 있었다. 나의 잡다한 관심의 범위 안에는 언제나 건축이 있었고, 아내는 그것을 실행할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객관적인 조건도 그 결정을 실행하는 충분한 동기가 되어주었다. 직장이 세종시로 바뀌면서 가족들과 함께 대전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수도권에서의 생활과 시원섭섭한 작별을 하게 된 것이다. 

 

대전에 살았지만 세종시가 정착되면 그곳에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세종시 아파트를 보러다녔다. 공무원 특별분양의 기회는 이미 포기한 상황이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아파트는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가격이 꽤 높았다.

 

전세도 생각해 보았다. 세종시에 아파트는 넘쳐나고,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나름 편리한 방식이었다. 아파트와 전세 사이에서 고민하는 가운데, 세종시에서 조성하고 있는 단독주택 택지가 눈에 띄었다.

 

수도권에서 삶은 아파트와 떼어 놓을 수 없는 삶이다. 수도권에서 단독주택은 아주 부자이거나, 아니면 아주 별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주거형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지방에 내려와 보니 아파트 외에 다른 주거형태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직장과 가까운 나만의 집", 이것은 나와 우리 가족에게 너무도 매력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 언젠가는 마당있는 집에서 살아보자. "이번에 아파트에 살고, 다음에는 단독으로 이사가자구" 아내에게 얘기했다. 아내는 나에게 말했다.

"꼭 그때 가야해? 지금이면 안돼?" 

 

2014년 3월, 우리 가족의 집짓기는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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